멋진 녀석들 김용택과 섬진강 진메마을 겨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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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덕치면 진메마을 회문재는 인구 2만5259명인 임실군에서 겨우 스무 명 남짓한 실거주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중심이다. 섬진강 연작으로 알려진 시인 김용택은 79세로 생가와 서재를 문학관처럼 열어 지역의 일상을 기록하고 손님을 맞는다. 장암리의 주민 수가 54명 등록에 그치고 실거주자는 더 적다는 통계는 지방 소도시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은 공동체가 보존하는 풍경과 기억이 관광 코스가 되면서 지역은 생존의 전략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시인의 하루는 마을회관에서의 소박한 점심과 옥정호 순환 드라이브 같은 소소한 기쁨으로 채워진다. 마암분교 제자들과의 연결이 여전하고 사람들은 시인을 친구처럼 부르며 일상을 공유한다. 겨울이면 호사비오리 같은 멸종위기 철새가 찾아와 섬진강은 또 다른 관객을 맞이한다. 자연과 사람, 시와 식탁이 겹쳐지는 풍경에서 지역 문화의 지속 가능성이 묻어난다.
회문재는 글쓰기 수업과 강연으로 초등학생과 귀촌인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인근의 섬진강댐 물문화관과 옥정호 물안개길, 전북도립미술관 같은 거점은 주민들의 문화 충전소가 되고 있다.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올라가자 지역의 맛집과 카페도 생계를 돕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가 도시와 동일하게 확장되지는 않기에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AI 음악 논쟁은 이 소도시의 문화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그래미가 AI 작품을 어떻게 판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창작과 기술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멋진 녀석들이라는 말은 여기서도 사람과 새, 작품과 알고리즘을 가리키는 중의적 호명으로 작동한다. 누구의 이름으로, 어떤 방식으로 문화적 가치를 매길 것인지가 향후 1~2년의 쟁점이다.
기술이 열어젖힌 창작의 민주화는 소도시 주민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음악과 이야기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은 문화 향유의 폭을 넓히지만 저작권과 수익 분배 같은 제도적 정비를 요구한다. 동시에 한 사람의 손으로 빚어낸 수제의 가치와 지역 고유의 서사는 오히려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수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 속에서 문화적 자산을 지키는 일이 경제적 생존과 맞닿아 있음을 이곳은 보여준다.
석양 무렵 섬진강에 내려앉는 철새 무리를 바라보면 경이는 일상의 일부가 된다. 회문재 툇마루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카페에서 음악을 듣는 부부,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만들어보는 젊은이들 모두가 멋진 녀석들이다. 이 작은 마을의 풍경은 지역 문화가 어떻게 시대의 흐름과 기술을 수용하면서도 고유성을 지켜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그 질문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문화를 선택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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