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 K팝 비치가 불러낸 2010년대 나인뮤지스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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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딥이 K팝 비치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앨범을 내놓으며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앨범 커버는 눈이 아플 정도의 형광색 키치와 2000년대 밀리오레 로고의 슬쩍 보이는 조합으로 향수를 자극하고 뮤직비디오 럭키 스타는 케이블TV 음악방송 포맷을 능청스럽게 따라 한다. 3D 그래픽 인서트와 스티커 사진 질감의 장식이 즐비한 영상은 자극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주고 보컬 멜로디와 가사의 질감은 애프터스쿨 샤이니 엠블랙 2NE1 소녀시대 나인뮤지스 용감한형제를 떠올리게 한다. 제목의 선정성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앨범이 한 시대의 이미지를 어떻게 재료로 쓰는지다.
음악적으로는 하이퍼팝의 불안정한 전개와 개라지한 질감 페스티벌형 EDM의 거대한 사운드가 뒤섞여 있다. 때로는 날것 그대로 폭주하고 때로는 세심하게 변형된 소리는 청자를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트랙 Wrong Number의 은근한 뽕끼처럼 멜로디 한 줄로 듣는 이를 붙드는 순간이 여러 곳에 숨어 있다. 이러한 혼종은 앨범을 2010년의 향수와 2025년의 실험성 사이에 동일하게 놓이게 만든다.
K팝이 처음부터 제도권에서 출발했다면 그 영향은 언더그라운드를 자극했고 이번 앨범은 그 순환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주류의 버릇을 가져와 비주류의 언어로 말하는 방식은 장르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낸다. 이런 혼종성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묻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음악이 과거의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장면을 재료로 삼아 다른 감각으로 재조합할 때 비로소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과격한 음향과 약간의 저속함은 일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아주 즐겁고 신나는 면도 분명하다. 연말의 정신없음을 날려버릴 작은 해방구로 이 앨범을 한 번쯤 추천하는 이유다. 지금의 K팝이 과거의 이미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재구성하는지 이해하려면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이 앨범은 취향을 가르는 동시에 그 경계를 흔드는 실험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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