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의 K팝 비치 앨범에 나인뮤지스 향수가 깃든 이유
작성자 정보
- 서울위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 조회
- 목록
본문
더 딥의 새 앨범 K팝 비치는 단순한 패러디나 복고가 아니다.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음악방송 미학을 고스란히 끌어와 형광색 의상과 쇼핑몰 로고를 배경으로 삼는 외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다. 특히 나인뮤지스 같은 걸그룹의 무대적 쾌감과 안무적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 조합은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관객을 곧장 소리와 이미지의 즉물적 자극으로 끌어들인다.
뮤직비디오 럭키 스타는 2000년대 케이블TV 포맷을 흉내 내며 3D 그래픽 인서트와 스티커 사진 질감의 장식을 재현한다. 앨범 커버의 밀리오레 같은 시각적 참조는 단순한 레퍼런스가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불러오는 장치다. 음악적으로는 하이퍼팝의 난폭한 텍스처를 기반으로 개라지와 페스티벌형 EDM을 접목해 때로는 날것 그대로의 충격을 준다. 결과적으로 친숙한 멜로디 라인과 자극적 사운드가 공존하는 혼종이 완성된다.
이 혼종은 왜 낯설지 않은가를 질문해 보면 K팝의 규칙들이 역할을 한다. 곡의 전개와 후렴의 멜로디, 보컬의 억양 가운데서 나인뮤지스의 특정한 미감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롱 넘버 같은 곡에서 은근한 뽕끼가 터져 나오거나 공격적인 사운드가 친근한 훅으로 수렴되는 방식은 K팝의 버릇들을 능숙하게 차용한 사례다. 청자는 익숙함과 자극 사이에서 빠르게 균형을 맞추며 음악적 쾌락을 재정의하게 된다.
핵심은 이 작업이 단순한 향수 팔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K팝이 제도권에서 출발해 언더그라운드로 영감을 주는 역동성은 스스로를 재맥락화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더 딥의 앨범은 다소 저속하거나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불편함 자체가 현대 팝의 실험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웃음과 유머를, 다른 한편으로는 소리의 압축된 쾌감을 선사하는 이 앨범은 음악적 취향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관련자료
-
다음